안녕하세요, 에디터 린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현대미술 이야기를 하나 가져왔어요. 💌
대학시절, 이 작가와 작품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와- 정말 예술의 세계는 넓고 무궁무진하구나, 하고 생각되었을 만큼 저에게는 가벼운 충격으로 남겨져 있는 작품인데요.
우리 구독자 여러분들에겐 어떻게 느껴지실지 기대가 됩니다.
저희 에디터들에게, 혹은 짧은 감상평도 좋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그럼, 오늘 레터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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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먹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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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Portrait or Ross, 19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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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구석에는 한 입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사탕이 탑처럼 쌓여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untitled’- Portrait or Ross (’무제’-로스의 초상).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의 초상이라 소개됩니다.
과연 작품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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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elix Gonzalez Torres-Found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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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Félix González-Torres), 그는 쿠바에서 태어나 대게 뉴욕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현대 미술작가입니다. 사탕이 탑처럼 쌓여있는 위의 작품은 그의 대표 작품이죠.
유색인종이자 이민자, 또한 동성애자였던 토레스에게는 동성의 연인이 있었어요. 사탕작품의 제목에 들어간 로스라는 이름은 바로 그의 연인이었습니다. 80-90년대의 미국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존재였던 그에게 그의 연인은 가장 힘이 되는 존재이자 중요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나 1991년, 그의 연인은 에이즈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8년간 이어졌던 인연은 끝나버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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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Perfect Lovers), 1987-1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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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투병하던 기간,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는 새로운 작품 하나를 공개합니다.
‘Untitled’- Perfect Lovers (무제-완벽한 연인들),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예술로서의 가치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인데요, 작품에는 시계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맞춰진 시계들은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천천히 움직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두 시계의 시간은 서로 어긋나기 시작하고, 결국 먼저 배터리가 방전된 시계의 시간은 멈춰버리고 맙니다.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그의 연인이 먼저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느꼈을 그의 슬픔이 묵묵히 묻어 나오는 듯한데요. 실제 전시장에선 멈춰버린 시계의 배터리는 교환되어 다시 맞춰졌다고 합니다. 죽어가는 연인을 바라보는 슬픔, 그리고 영원에 대한 그의 소망이 담겨져 있던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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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토레스가 투병 중이었던 그의 연인에게 쓴 편지입니다. 그의 작품처럼 편지 속에는 시계 두 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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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두려워하지 마. 그건 우리의 시간이고, 언제나 시간은 우리에게 너그러웠어. 우리는 승리의 달콤한 맛을 시간에 아로새겼지. 우리는 특정 공간에서 특정한 '시간'에 만나 운명을 정복했어. 우리는 그 시간의 산물이기에, 때가 되면 마땅히 갚아야 해. 우리는 시간을 함께하도록 맞춰졌어, 지금 그리고 영원히.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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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면서도 그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토레스의 고백.
현대미술에서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작품이라 언급했었죠. 그저 단순한 시계 두 개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그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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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Portrait or Ross, 19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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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의 사탕 작품은 그의 연인이 죽고 난 후 공개되었습니다. 토레스는 연인의 무게였던 175파운드(79kg) 만큼의 사탕을 구석에 쌓아놓고 관람객이 자유롭게 집어 먹을 수 있도록 참여미술의 형태로 작품을 구성했어요. 관람객이 사탕을 집을수록 그의 연인의 무게는 줄어들고, 함께 사탕을 먹으며 연인을 기리게 되는 것이죠. 사탕 또한 달콤한 속성으로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는, 사라져 버린 그의 연인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 또한 사탕의 무게가 줄어들면 언제든 다시 채워졌습니다. 이전 작품의 시계들이 계속해서 같은 시간으로 맞춰진 것처럼이요. 사탕을 함께 먹음으로써 연인을 기리지만, 존재의 영원함에 대한 소망, 또한 그를 향한 영원한 사랑에 대한 약속처럼 사탕은 같은 무게로 남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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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titled" (Placebo), Felix Gonzalez Torres-Found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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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여러 곳에서 전시가 되었어요. 가끔은 그의 연인이 죽기 전 몸무게인 86파운드(39kg)로, 또 가끔은 그와 연인의 무게가 합쳐진 355파운드(161kg)로, 다양한 형태의 사탕과 무게로 공개가 되었죠. 또한 토레스는 작품에 대한 소유를 인정하는 소유권 증명서를 통해 이 증명서를 소유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작품이 다시 전시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토레스는 그의 연인이 죽고 난 뒤 8년 후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소유권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어딘가에서 전시가 되고 있겠죠. 토레스 자신이 죽고 나서도 남겨져 있을 로스의 죽음과 그를 향한 영원한 마음.
곤잘레스 토레스가 나타낸 삶과 죽음. 또한 사랑과 이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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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린은 처음 작가의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 '이게 예술이 맞아?' 라며 조금은 반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후 마르셀 뒤샹의 '샘' 또한 레디메이드라며 단순한 사물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을 떠올리며, 조금은 떨떠름하게나마 인정하게 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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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taion, Marcel Duchamp, 1917
기성품에 미적 가치를 부여한, 현대미술사에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 마르셀 뒤샹은 평범한 소변기를 작품으로 승화시켜 예술의 정의 자체를 바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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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된 것 같아요. 그의 사연과 잘 맞아 떨어지는 속성을 가진 사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그 창의력이요.
“일상이 예술이고, 예술이 일상이다.” 라는 말이 있죠. 이번 레터에서 소개한 작품은 그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레터는 여기서 마무리 할게요,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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