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제목을 쓰면 평균적으로 뉴스레터 클릭률이 높길래.. 처음으로 영어 제목을 사용해 보았어요. 과연 가설이 증명될 것인가! 결과도 꼭 공유할게요 . . 두구두구 . . !
희망퇴직이라 쓰고 권고사직이라 읽는 제 지난 일상 기억하시나요.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마지막 출근일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습니다. 뭔가 게으른데 바쁘게 산 것 같아서 쭈욱 내가 한 일들을 정리해 봤어요.
이직부터 프리랜서, 사이드프로젝트와 여가&투자까지. 내 식대로 풍족하고 들뜬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뿌듯한 오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삶 속에서 제가 느낀 생각들을 적었습니다. 그럼, 오늘의 레터 시작할게요.
10월 중순이었습니다. 링크드인에서 영어로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어요. 광고인가 하고 봤는데 Job Opportunity … ?? 한국을 베이스로 하는 마케터를 찾고 있었고, Job Discription을 읽는데 ‘뭐야, 완전 나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
딱 한 줄만 빼고요.
• Native Korean and business English
business English speaker . . . ?
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완전 쫄았습니다(?) 나름 비영어권 국가이지만 해외에서 1년 살기도 했고 영어가 점철된 업무 용어를 휘뚜루마뚜루 사용하고 외국인한테 길 알려주다가 스몰 토크할 수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거든요. 근데 아니었어요. 저 진짜 쫄았습니다. 그래서.. 답장을 보내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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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약 한 달이 흘렀습니다. 햇살이 좋은 날 도서관에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는데, 또 링크드인에 영어로 메시지가 날아온 겁니다. 이번에는 단기로 한국에서 진행할 마케팅 Project 의뢰였고, 캐나다를 본거지로 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아- 더 이상은 안되겠다. 스픽을 결제했습니다. 해외에서 크고 작은 기회가 오는데, 내가 영어가 무서워서 답장도 못 보내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돈을 내고 회화 능력을 산 기분을 얻었습니다(?) 월 2만 원. 용기로 가득 찬 손가락은 바삐 두 인사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적었습니다.
답장은 금방 왔어요. 아쉽게도 제안받았던 포지션은 마감되었다고. 하마터면 태국에 가서 OJT를 참여하고, 스페인 본사에 출장을 다니는 나를 깊이 상상할 뻔했습니다. 세상을 방방곡곡 누비는 사람이 되겠다고, 옅어졌던 옛 꿈이 꿈틀거릴 뻔했습니다.
'그럼 그렇지'하며 이어지는 문장을 읽어내리는데, 곧 다른 포지션이 열릴 것 같다고? 이직 의사가 있냐고 묻는 거 아니겠어요? (세상에!) 또 손가락이 바삐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답장. Let’s keep in touch!
그냥 스쳐지나가는, 별 의미 없는 대화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겐 폴짝. 두려움이란 막연한 돌다리를 폴짝- 한 걸음 내딛은 순간이었어요. 돌다리 위 내가 뒤돌아 나를 보며 잘했다고. 스스로의 어깨를 끌어안아 토닥이고, 입꼬리가 찢어져라 히죽 웃어보이는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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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생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우린 인간이니까 두려운 게 당연해. 실컷 두려워해도 된다고. 근데 의심하진 말자. 내가 선택하고, 믿고, 신나게 달려온 모든 것들을 의심하지는 말자. 두려움과 의심은 비슷한데 되게 다른 것 같아. 의심하지 말자.”
그때 이 말을. 입으로 한 번 뱉으며, 오십 번은 되뇐 것 같아요. 내가 나를 못 믿는데 어찌 남이 나를 믿어줄 수 있겠냐고(..!) 기회는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며, 적절한 때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미 저질러버린 과거는 자유롭게 두세요. 우리는 하던 대로,해나갑시다. 적절한 때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요.
출처: 핀터레스트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중.
사랑하는 글귀들로 글을 마칩니다. 생각했던 것과 달라 아름다운 인생에서, 사실 우린 이미 하기 싫어도 다 해냈고, 어려웠어도 잘 마쳤고, 먼 길인데도 많이 왔네요. 앞으로도 할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내겠죠. 하려고 하면 분명 방법이 보일 겁니다. 마음을 먹었으니 움직입시다! 걱정이 찌지 않게 . ⠒̫⃝ 그리고 최선을 다했으면 자유로워지기로 약속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