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린입니다.
학기가 시작되고 봄이 시작되어야 할 3월에,
눈이 벌써 두 번이나 내렸죠?
겨울과 여름은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사라진다지만
이렇게 이상 기후가 잦아질 때마다 봄과 가을을
너무 사랑하는 저는 괜스레 서운해집니다.😞
최근에는 또 추워졌지만, 금방 또 따듯해진다고 해요.
가까운 시일 내에, 봄이 오겠죠? 🌸🌸
짧은 계절이겠지만 마음껏 만끽해 보기로 해요.
그럼 오늘의 레터 시작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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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시케는 인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이를 질투하여 자신의 아들인 사랑의 신, 에로스에게 프시케를 향해 저주를 내리고 오라고 지시를 내리죠. 그러나 막상 프시케를 마주하게 된 에로스는 아름다운 프시케의 모습에 사랑에 빠져 스스로 자신의 화살에 찔려 저주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사랑에 빠진 둘 사이에 남은 것은 고난과 역경뿐이었어요.
한낮 인간이던 프시케가 신인 에로스와의 사랑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에로스의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짖궂은 시험 관문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계중에는 드넓은 창고에 있는 곡식물을 하루 만에 모두 분류하거나, 괴팍한 성질을 가진 빛나는 양의 털을 깎아오는 일들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이 그림은 고난 속에 남겨진 프시케를 도와주는 에로스를 그린 작품이에요.
프시케의 이야기는 사랑뿐만 아니라,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인간의 강인함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결국 프시케의 집념으로 이 사랑을 지켜낼 수 있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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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중세미술로 이어 나가보고자 해요.
사실 이 그림은 정확히 중세미술 작품은 아니지만,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최근 북미권 미술관을 다니면서 관람객들이 중세미술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중세미술을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요, 미술과 전혀 관련 없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작품이 화려해 보이기는 하나, 배경지식이 없기도 하고 작품 자체가 어려워 보여서 눈길이 크게 가지 않는다더군요. 그 내용을 알고 보면 참 재밌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중세미술을 쉽게 읽기 위한 글을 써보고자 해요. 이미 중세시대에 대한 미술을 공부하려면 널리고 널려있는 책과 문서들이 있을 텐데 그런 어려운 것들 말고요, 그냥 그림을 봤을 때 쉽게 보기 위한 자잘한 지식정도랄까요?
중세미술을 재밌게 보기 위해서는 우선 그 시대적 배경 지식이 조금 필요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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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전쟁, 흑사병 이 두 사건은 중세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인 큰 사건입니다.
종교의 중심지였던 예수살렘을 탈환하기 위한 기독교 전쟁이었던 십자군 전쟁, 유럽 인구의 3분의 2 가량을 죽게 만든 흑사병은 모두 중세가 기독교의 시대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세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현실은 너무 가혹했겠죠, 전쟁으로 나라는 황폐해지고 흑사병으로 사람들은 계속해서 죽어나니 말이에요. 그래서 그들에게 ‘신’은 아주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고달픈 현실을 구원해 줄 유일한 존재였죠.
그래서 인트로에 소개드렸던 작품들과 같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에피소드가 주제가 되기도 하고요. 중세미술은 종교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내는 신 중심의 미술이었다. 이렇게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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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Montreal Museum of Fine Arts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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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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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찍은 소장품이에요. 처음 보는 제단화의 모습에 그림만 뚫어져라 보느라고 캡션을 담아 오진 못했답니다. (울상)
중세 미술에서는 이렇게 가운데 그림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형식의 작품이 많이 보이실 텐데요. 이를 ‘제단화’라고 말합니다. 성당이나 교회 제단 위에 안치하는 제단 장식으로 보통 성모 마리아와 예수탄생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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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캉팽, 수태고지, 1425~1428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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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제단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제단화로 손꼽히는 ‘수태고지’입니다.
수태고지는 천사 가브리엘이 성녀 마리아에게 ‘성령에 의하여 예수를 잉태할 것’임을 미리 고지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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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단화가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그림을 직접 그렸었던 제 입장에서는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정말 세심하게 잘 그렸다라고 생각 되었는데요. 사실 이 그림을 자세하게 뜯어보면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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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의 하얀 백합과 벽에 달린 흰 수건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의미합니다. 동그란 창문 두 개 사이에는 십자가를 지닌 아기 예수가 마리아를 향해 날아오고 있으며, 이는 잉태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하죠. 마리아의 붉은 의복은 예수의 고난을, 오른쪽 패널의 창문 밖 쥐덫은 예수의 죽음을 예고합니다. 파란 두건을 쓴 목수는 예수의 양부였던 성 요셉이에요.
어떠신가요. 설명을 듣고 보니 그림이 조금 다르게 보이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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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징적인 물건을 곳곳에 배치하는 중세미술의 특징을 ‘알레고리’라고 합니다. 그림에는 설명되지 않았지만 어린양은 그리스도 예수를, 포도는 성도들을 의미하는 오브제로 쓰였다고도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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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니, 수태고지, 1336년
(정가운데의 백합) |
한스 멤링, 성 요한 세 폭 제단화 중 가운데, 1479년
(왼쪽 가장자리에 어린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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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미술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바로 ‘금’입니다. 지금도 그렇듯 중세시대에 ‘금’이란 값비싼 재료로서, 금빛으로 치장된 종교화는 가톨릭의 힘으로 볼 수 있었어요. 금을 이용해 종교의 신성함과 거룩함을 강조하고자 했던 거죠.
아래는 중세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 지오토의 작품들입니다. 왼쪽은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옥좌 위의 성모’, 오른쪽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그린 ‘십자가상’이에요. 확실히 그림보단 잘 만들어진 장식품을 보는 것처럼 화려해 보이죠?
수태고지와 마찬가지로 정말 치밀하게 그려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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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의 신성함을 강조라도 한 듯 성모 마리아와 예수, 천사와 종교인들의 머리 뒤에는 원판 모양의 후광이 묘사되어 있는데요. 이 또한 중세 미술의 또 다른 특징으로 볼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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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테이션(Lamentation)은 한국어로 ‘애통, 한탄’을 뜻하는 단어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와 그를 보며 울부짖는 이들을 그린 지오토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조금 딥하게 들어가 보자면, 중세미술에서는 아직 평면에 3차원의 공간을 담아내는 ‘원근법’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제가 전에도 언급했듯,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그려냈다고 했죠. 그러면 당연히 뒤에 있어서 잘 안 보여야 할 요소까지도 자기주장이 강해질거고, 이는 중세미술이 더 어려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왜 일까요?
라멘테이션 또한 마찬가지로 예수와 성직자들, 성모 마리아를 비추는 금색 후광이 묘사되어있고요. 길 끝의 앙상해 보이는 나무까지도 예수의 죽음을 한 층 더 슬프게 암시하는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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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빛’을 표현한 사례는 여기에 또 있어요. 중세미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회자되는 것이 건축양식인데요.
유럽여행에 관심 있거나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건축 양식, 뾰족한 첨탑이 특징인 ‘고딕’양식이 바로 중세의 대표적 양식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특히 건축물 내부의 아름다운 빛을 자아내는 ‘스테인드 글라스’에 집중해 보기로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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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위치한 샤르트르 대성당입니다. 고딕양식의 정수로 손꼽히는 건축물이기도 하죠. 첨탑에 의해 높은 층고를 디자인해야 했던 건축가는 수많은 창문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하기로 했어요. 오른쪽은 성당의 북측 원형 장미창을 내부에서 본모습입니다. 너무 섬세하고 아름답지 않나요?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도 화려하게 느껴지는데 실제로 보면 어떻겠어요.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 찬 성당에서 중세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느끼고 상상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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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샤펠 성당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알려져 있어요. 내부를 감싸는 높은 창문이 모두 섬세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죠. 웅장함과 풍부한 빛이 사진으로만 봐도 느껴지는 듯하는데요, 저는 무교이지만 비슷한 사례로 몬트리올 노트르담 성당에 갔을 때 고요하고 장엄한 내부의 분위기에 깊게 감명받은 적이 있었답니다. 영적인 존재를 기리는 것에 대한 숭고함이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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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렇게 제단화와 알레고리, 금, 건축의 요소들로 중세미술 이야기를 들려드렸어요. 레터를 모두 읽고 나니 어떠신가요. 중세미술에 조금은 흥미가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제 스스로에게 성공적이었다고 말해주고 싶군요.
마지막으로 오늘의 레터는 가볍게 영화 추천으로 마무리해볼게요. 사실 영화 자체는 어둡고 묵직한 영화이지만, 오늘의 레터에 참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이 되어서요.
18세기 스페인에서의 종교타락과 재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고야의 유령’입니다. 분위기가 음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이니 꼭! 한 번에 보시길 추천드려요. 시대적으로는 중세미술보다 훨씬 후기적 배경이지만 종교의 힘과 권력에 대한 묘사가 중세 기독교 미술을 이해하기에 좋다고 생각했어요. 또 제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나탈리 포트만’도 나온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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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터 어떠셨나요?
미술관을 여행하던 중 떠오른 영감이 이렇게 한 주의 레터가 되어 여러분에게 보내지게 되다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어떻게 쉽게 설명해야 할까 어떤 작품을 선별해야 할까 고민도 많았고, 너무 지루하진 않을까 어렵진 않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이렇게 무사히 정리된 레터를 보니 뿌듯한 마음이 크네요.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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