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수집

이 글을 적는 나는 여름밤입니다.

적당히 푸르스름하고 습기가 자글자글 몸을 간질이는 밤. 어쩌다 마주친 바람 한 줌에 싱긋 미소 짓게 되는 밤.

가로등 불빛 아래 걷는 이들을 바라보면, 궁금한 게 많아집니다. 어디를 가고 있을까, 누구와 걷고 있을까,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야 저렇게 열심히 걷고 예쁘게 웃을 수 있을까.

혼자 있던 저는 이내 작은 불빛, 화면 속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서정적이지 못한 나라서, 여름밤 정취를 만끽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이상적인 내가 있겠지요. 그리고 그건 이상일 뿐이라며, 슬퍼하는 나도 있습니다. 그 순간 제게 위로가 되어준 영감, 유감스럽게도 이 작은 불빛, 화면에서 찾았습니다.

바로 이찬혁의 새 앨범 <EROS> 중 -

<비비드 라라 러브> 라이브 와이어 무대 영상입니다.

새처럼 자유로운 몸짓, 강아지 같은 표정. 이찬혁은 댄서 대신 뮤지컬 배우를 선택했습니다. 보다 순수하게 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표현해 주길 바랐대요.

”무엇에 좌절했었나 친구여

세상이 변할 거라고 했었지

유감스럽게도 나의 친구여

상한 포도알이 다시 신선해지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여

귀가 닳도록 들었던 빛나는 세상

어디에 있나

Where's the lala love

Vivid lala love

빛나는 눈으로 너는 말했지 Vivid lala love

Vivid lala love

기필코 있다 있다 있다 했던 Vivid lala love“

진실되고 이상적인 사랑 ‘비비드 라라 러브’는 어디에 있나. 가수는 기필코 있다 있다 했던 그 사랑을 부던히 갈구합니다. 마치 이상적인 내가 되고 싶어 혼잣말을 끝없이 되뇌던 나, 혼자 집에 있는 날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흐느적거리는 나를 본 것 같아 전율이 오릅니다.

웃기게도 이때 떠오른 생각이 뭔지 아세요? ‘뭐 어때’였습니다. 우울감은 영상 속 배우들의 움직임에 맞춰 훌훌 날아가고, 흥얼흥얼 음악만 남았어요. 이게 음악의 힘일까요? 하필 이 여름 밤. 사소하긴 해도 내가 원하는 내가 아닌 나를 마주한 이 밤에 그들의 무대는 위로이자 영감이 되었습니다. 혹여 당신도 ‘나는 왜 이렇지 못할까 / 왜 이럴까’ 하는 마음을 마주하고 있다면, 이 글이 기분의 환기, 위로이자 영감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구동성 게임 시작합니다.

여름 vs 겨울

여러분의 대답은?

저는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겨울!”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데요, 겨울에 태어나기도 했고, 최근 몇 년 간 여름에 특별히 기억나는 좋은 추억이 없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재작년 여름엔 처음으로 서핑에 도전했다가 발 뼈가 부러지는(?) 사고도 겪었답니다.

그리고 요즘, 가만히만 있어도 사우나에 온 것 마냥 너무 덥기만 하잖아요?

작년 이맘때쯤 저는 캐나다에 있었어요.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어릴 때의 꿈과 로망을 가득 안고 냅다 저지른 인생 도전(?)이었죠. 그리고 그 도전의 결과는 정말 방황과 혼란, 그리고 후회의 연속이었어요.

나름 1년을 준비했고 마음도 굳건히 먹었지만 무엇 하나도 제대로 얻어 가는 것 없는, 이도저도 아닌 물 먹은 허무함 때문이었어요.

캐나다에서 보낸 7개월, 그리고 돌아갈 한국에서 시작될 나의 취준, 나의 커리어와 미래. 아마 제가 겪었던 고민을 지금도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해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8월의 어느 날, 캐나다에서 만난 정말 좋은 언니와 국립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맥주 한 캔씩 가지고, 고구마칩을 안주 삼아 야장을 벌인 적이 있어요.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때였죠.

그 이야기가 무척이나 특별했다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대로도 좋다.’

그때 잠깐 느꼈던 자유와 해방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리고 1년이 가까이 지난 지금의 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과 걱정을 불필요하게 크게 느낀 거 치고는 꽤나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여름은 청춘의 계절, 겨울은 낭만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죠.

유독 여름에만 낯가림이 심한 저였지만, 여름이라는 계절을 또 나름대로 잘 즐겨보려고 해요. 그래야 가을도, 겨울도 더 충만히 느낄 수 있을 테니. 콩국수는 드셨나요? 말복이 끝나기 전 삼계탕 한 그릇은 꼭 챙기시고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무 앞서 나가지 말고 하루를 충만히 만끽하는 여름이 되길 바라요 :)

아이유의 ‘밤편지’라는 노래 다들 아시죠. 제가 이번 여름밤에 구질구질한 열병을 앓으면서 했던 사랑의 형태가 딱 이런 모습이었어요 🥹 ’내 마음이 이래’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시간을 지켜주고 싶어서 삼킨 말이 많았거든요.

전 그 행동을 가끔은 후회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게 사랑인 것 같아’라는 말에 ‘그래, 이것도 사랑이 맞지’라고 위안을 받았어요. 제주도 여름밤 아래에서 소설을 읽던 것처럼 사랑 책을 한 권 집어 들어 펼쳤는데, 이번에는 어쩌다 보니 프롤로그만 읽고 책을 덮게 된 거죠. 하지만 이것도 책을 펼쳐본 거긴 하니까요. 다음에 읽게 될 책은 엔딩까지 읽어볼 수 있을까요?📚

🧘🏻‍♀️ 조이 의미있는 것을 좇는 사랑무새,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해요

💬 린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엔 종종 굴복합니다.

모순 속 균형을 찾는 중

🛋️ 무주 전략형이면서 감각형,

오브제를 좋아하는 기록집착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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