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린입니다.
여러분, 늦었지만 새해가 밝았어요.
어떤 1월을 보내고 계신가요. 작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저는 작년 말부터 조금씩 바빠져 차분히 한 해를 곱씹고 보내주기도 전에 새해가 급히 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약소하게나마 스스로 한 다짐이 있다면, 이번 한 해에는 작은 일이라도 미루지 않고 제때 제때 끝내기로 저와 약속했습니다. 🤙
여전히 미래가 불안하다 느낄 때가 있지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낸다면, 그리고 사소한 습관과 노력이 모인다면 더 나은 앞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번 레터는 개인적으로 따뜻하고 소소하게 기억되었던 저의 캐나다 에피소드 중 하나를 가져왔어요. 작년 무주 에디터님의 마지막 레터부터 오늘 저의 글까지 함께! 연말 연초를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날씨도 너무 추우니까요. ☺️❄️
그럼 이번 레터 시작할게요- |
|
|
BGM: I believe (신승훈)
첫 번째, 여자다운거 요구하지 말아라.
두 번째, 술은 절대로 와인이나 샴페인은 안되고요. 위스키나 소주여야 해요. 그리고 물이나 커피 꼭 함께 챙겨줘야 되고… 취하면 뛰어다니니까 다칠 수 있어서 가까이서 지켜봐 주세요.
평소에는 깔끔하고 예민한 편이에요. 수납 정리, 청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특히 부엌은 더 신경써 주세요. 요리를 좋아해서 부엌에 오래 있거든요. 부엌 사용하고 나면 꼭 뒤처리 해야 하고요. 요리해주면 꼭 칭찬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긴 생머리를 질끈 묶고 얼굴 반을 다 덮는 크고 동그란 안경을 쓴 채, 반팔 위에 조끼 패딩을 입은 모습. 제가 매일 같이 봐 왔던 그녀의 모습입니다. 그녀와 동거한 지 3개월 째, 오늘로써 그녀와의 동거가 끝이 났네요. 언니가 해줬던 말 중에 계속해서 잊히지 않고 와닿았던 에피소드가 있어, 공유해보려고 해요. |
|
|
동거 초반, 한국에서의 자취 경험에 간단한 파스타나 볶음밥, 대충 사놓은 빵으로 끼니를 때웠던 저에게 그녀의 존재는 실로 충격이었습니다. 같이 봤던 마트 장바구니에 처음 보는 재료들을 쓸어 담길래 초장부터 남다르다 생각은 했지만 캐나다, 그것도 한국과는 너무 다른 문화의 북미에 와 며칠 만에 뚝딱뚝딱 요리해 챙겨 먹는 사람이라니요.
저도 한 야무짐 하는 사람이라 생각해 왔는데, 이 사람 손이 참 야무지다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나눠주고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라 초반에는 ‘이 언니 손이 왜 이렇게 커. 어떻게 이렇게 나눠주는지 몰라’ 의문 투성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그렇게 아량이 넓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덕분에 함께 동거하는 기간 동안 얼떨결에 건강하게 잘 챙겨 먹을 수 있었네요. 다 언니 덕분이야.. (하트) |
|
|
언니가 술을 좋아해서 함께 종종 술을 마셨는데 이 언니, 정말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더군요. 과거의 연애 경험들, 어렸을 때 후회 없이 놀아본 경험, 자신을 갈아 넣어 만든 업무 경력 등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사회 초년생인 저에게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도움 되는 것들이었어요.
제가 본 언니는 주는 것에 아까워하지 않고,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멋있는 사람이었어요.
어느 날은 그녀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주제는 ‘술 값’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곧 여러 의미를 포함하잖아요. 그녀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과 자주 술을 마시며 대화의 장을 가지는 편이었는데, 술 값을 본인이 낼 때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상대가 낼 상황이 되지 않으면 당연히 내가 내면 되지 않느냐면서, 아깝지 않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그래서 그 사람들이 다 되갚아?”
본투비 잘 베풀지도 못하고 빚지고도 못 사는 성격의 저에겐 의아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녀가 말했어요. “아니, 받으려고 사는 거 아니야. 실제로 못 되돌려 받는 경우가 더 많고.”
그녀는 돈보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소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말했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한편에 그런 생각들을 했죠. ‘이 언니,, 어쩌면 호구일지도 몰라.’ |
|
|
그녀 주변에는 사람이 참 많아요. 확실히 기브 앤 테이크라고, 주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항상 있더라고요. 외롭지는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들은 주변 사람만 해도 족히 몇 십 명은 될 겁니다.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어요.
어느 날은 그녀가 친구 한 명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어요. 저와 연관이 너무 없어 사적인 내용을 많이 담지는 못하겠지만, 프리랜서로 월마다 천 단위를 번다더군요. 다정하고 의지가 많이 되는 친구라면서 원래 정말 어려웠는데, 지금은 너무 잘 되었다고 그녀는 자신의 지금을 약간(?)은 한탄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너무 좋은 친구라며 밥 먹을 때는 매번 본인이 절대 한 푼도 못 내게 한다고 으스대는데 조금은 부러워졌습니다.
제가 말했어요. “그런 친구 어디서 만나? 너무 좋겠다, 언니는 축복받은 사람이야.”
그녀는 막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야, 근데 생각을 해봐. 내가 술을 그렇게 사서 되갚았던 애가 걔 한 명이야.”
그러면서 덧붙였어요. “열 명을 사면 딱 한 명 되돌려주더라고.”
어안이 벙쪘어요. 이유 모를 약간의 소름이 제 살갗을 스치고 지나갔죠. 언니의 말을 듣고는 한동안 언니의 말을 곱씹었습니다. 문득문득 생각이 났고, 그래서 이렇게 레터까지 적고 있네요. |
|
|
사람마다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르니 뭐가 정답이다 말은 못 하겠습니다. 저도 저만의 방식이 있고, 원래의 기질에서 살아온 경험으로 가공해 온 방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렇게 와 닿기도 하더라고요. |
|
|
언니가 술 마시고 난 다음 날마다 하는 말이 있어요. “애도 아니고, 술만 마시면 왜 이렇게 뛰어다니는지 몰라.”
이 언니, 정말 술만 마시면 새벽 내내 온 집 안을 우당탕탕 헤집어 놓고 다니거든요. 제가 못살겠다는 듯이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면 언니는 이마를 짚으며 말합니다. “몰라~ 그냥 뽀로로야.”
제 짧은 인생에 그동안 봐 왔던 사람들 중 제일가는 기버(Giver)였던 언니, 저는 그냥 언니가 잘 지내길 바라요. 비록 한참은 어린 저이지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고요.
오늘의 레터 어떠셨나요? 지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라 여러분들에게도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따듯한 기운 하나 얻어갔으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
|
|
여러분도 ORB에게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번 주 옥구슬에 대한 이야기도,
짧은 응원의 한 마디도 모두 좋아요! |
|
|
|